타국에서 먹는 자국의 음식.
일본에서 살던 어느 날 집으로 가는 길에 한국 음식점을 발견했다.
눈을 의심하게 하는 인테리어.
잘생기다 건배는 무슨 연관인 걸까.
전혀 연관성이 없는 이 단어들에 조금은 호기심이 생겼던 걸까.
가게에 들어가 보았다.
자연스럽게 삼겹살과 소주 한 병을 주문하려고 했다.
하지만 주문하려고 하자 보이는 사악한 가격.
6줄은 먹어야 배가 조금 찰 거 같은 작은 삼겹살 한 줄이 1인분이었고 소주는 한 병에 만원이었다.
가격에 소심해져서 삼겹살만 1인분 주문하려고 했지만 주문은 2인분부터였다.
어쩔 수 없이 시킨 2인분의 삼겹살.
하지만 양은 역시 부족해 보였다.
일반 그리고 마늘삼겹살.
마늘과 김치.
한국에서 삼겹살을 마지막으로 먹었던 게 언제였는지도 가물가물했다.
쫄깃쫄깃하면서 적당한 식감.
한국의 삼겹살보다 작지만 살짝 두꺼워서 그런지 꽤 맛있었다.
소주가 생각나는 맛, 물론 술은 가격이 싼 하이볼로.
기울어진 팬에서 삼겹살이 구워지면서 나온 돼지기름이 마늘과 김치를 타고 흘러내려가서인지 돼지고기의 육향이 마늘과 김치에 배어있었다.
단순히 남이 구워주는 고기여서 맛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 분위기가 주는 맛이었을까.
인생에서 가장 맛있게 먹은 삼겹살은 언제였나 생각했다.
정확히 언제 어느 가게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생각나는 순간들은 있었다.
친구들과 같이 간 여행, 물놀이가 끝나고 숙소에서 구워 먹은 삼겹살.
작은 외할아버지댁 시골 농장 솥뚜껑에 구워 먹은 삼겹살.
물놀이 후에 먹은 육개장 사발면이 내가 먹었던 라면들 중에 제일 맛있었듯이, 그런 순간, 상황이 주는 맛이 있었다.
해외에서 혼자서 먹은 남이 구워준 삼겹살.
그 상황이 주는 맛이 이 삼겹살을 내 인생에서 잊지 못할 삼겹살로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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