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하다는 표현이 가장 잘 어울리는 날들이었다.
18년 여름, 오사카는 청량했다는 표현이 정확했던 거 같다.
18년 1월 나는 혼자 도쿄로 향했다.
9일 동안의 도쿄여행이었다.
도쿄 근교에 에서 거주 중이신 친척집에서 잤고 대부분의 시간들을 친척 형들과 같이 보냈다.
하지만 잠깐씩 가졌던 혼자만의 시간은 혼자 하는 여행의 재미를 알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혼자서 하는 여행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여행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혼자 하는 여행의 매력이자 혼자서 여행을 떠나는 이유 아니겠는가.
나는 내 기분에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나는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바로 오사카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오사카에 도착한 나는 간단하게 늦은 점심을 먹고 곧바로 게스트 하우스로 몸을 옮겼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스텝들은 나를 리상이라고 불러줬다.
내 이름의 성인 이는 리라는 발음이었고 그 뒤에 상을 붙여서 리상으로 불러주었다.
그렇게 리상은 일본을 여행할 때마다 내 이름이 되었고 나 또한 스스로를 리상이라고 소개했다.
산책을 마치고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왔을 때 스텝들과 게스트하우스에 있는 손님들은 타코야끼파티를 하고 있었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각자 먹을 술과 음료를 손에 든 채로 모여있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게스트하우스를 방문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짐을 풀기도 전부터 스텝들은 나한테 타코야끼를 건넸다.
그렇게 타코야끼 파티에 합류하자마자 나보다 형으로 보이는 스텝 한 명이 나에게 보드카를 건넸다.
이름을 알지 못하는 보드카에 콜라를 타서 나에게 건네주었다.
처음 먹어보는 보드카는 콜라와 섞여있었음에도 예상보다 더 내 목을 뜨겁게 만들었다.
타코야끼도 우리가 한국에서 먹던 것과는 다른 재료들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내가 먹었던 타코야끼에는 명란이 들어있었다.
명란과 타코야끼가 생각보다 잘 어울려졌다.
이렇게 소소한 파티가 여행을 더 즐겁게 만들어주는 거 아닐까?
나에게 보드카를 건네주었던 스텝은 나오야 씨로 나보다는 나이가 좀 있는 형이었다.
외국인들은 다들 방으로 돌아갔었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게스트하우스에 있는 스텝들과 일본인들이었다.
마침 나이가 좀 있으신 일본인 아저씨와 나오야씨가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나도 그 무리에 참가했다.
두 분의 호칭을 잠시 고민하다가 나오야씨에게 아니키라는 호칭으로 말을 걸었다.
그러자 두 분의 반응이 꽤 재미있었다.
아니키라는 말이 한국의 형님과 비슷한 말이었기 때문에 그랬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자 아저씨께서는 자기는 뭐라고 불러줄 거냐는 말에 나는 오야봉이라는 대답을 해주었다.
그러자 같이 자리에 있던 모든 분들이 재미있다는 듯이 반응을 해주었다.
다들 나에게 그런 단어는 어디에서 들었냐고 물어보았고 나는 일본 조폭 영화에서 봤다고 대답해 주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다코야끼 파티가 끝나고 잠시 산책을 위해 나왔을 때는 이미 저녁이었다.
이른 저녁 오사카의 관광지가 아닌 평범한 동네의 골목을 걷기 시작했다.
골목에 있는 카페와 이자카야는 가게마다 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있었고 가게의 주인장들의 감성이 반영되어 있는 것 같았다.
잔잔하면서 화려한 감성.
정돈되어 있으면서도 각자의 개성이 보이는 골목.
천천히 구경한 골목의 감성이 여행의 첫 시작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었다.
혼자서 하는 여행은 항상 특별하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혼자 있다는 것은 나를 새로운 사람으로 만들어준다.
그런 기분은 새로운 장소에 도착하는 날에는 항상 느끼게 된다.
그것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이지 않을까.
우리가 기분의 전환을 하기 위해서 방의 구조를 바꾸는 것처럼.
뭔가 새로운 일을 하기 전에 샤워를 하면서 기분의 전환을 하는 것처럼.
새로운 곳의 여행은 나를 그런 기분이 들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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