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2년 12월에 작성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일삼오 삼육 필름현상소에 방문했다.
전에 결제할 때 4통을 결제하고 한통을 더 현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집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필름을 가져왔다.
조금 있으면 크리스마스라 그런지 내부가 연말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다.
필름을 맡기고 오늘도 새로운 책이 들어왔는지 필름은 조금 싸졌는지 구경하다가 저번에는 작동해보지 못한 기계가 눈에 들어왔다.
앞에 있는 설명을 읽고 전원버튼을 눌렀다.
약간의 소음을 내면서 기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진을 하나씩 바꾸자 들리는 철컥 소리가 내 귀에 들리기 시작했다.
기분 좋은 철컥 소리였다.
이제 크리스마스라 그런지 편지지나 엽서들이 많이 보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작은 엽서를 남길 때 내가 찍은 사진들을 엽서로 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번에 현상하고 보관 중이던 필름을 받아왔다.
아주 어렸을 때는 이 필름들도 다 보관했는데 이제는 그런 감성도 사라진 거 같다.
아직도 우리 집 장롱에 있을 텐데...
필름사진의 좋은 점은 내 기억이 묻는다는 점이다.
한통의 필름으로 사진을 찍으면 짧게는 3달 길면 1년 동안 찍게 된다.
한 장 한 장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해지고 셔터 누르기를 망설이게 된다.
그래서 그 한통에는 어느 날의 사진이 담겨있었는지 기억이 나는 경우가 드물다.
필름을 현상하면 아 이때 이곳에서 이런 사진을 찍었구나 하는 기억이 살짝 피어난다.
그런 즐거움에 필름 사진을 찍는 거 같다.
잔향을 찾아다니는 재미가 이 필름 카메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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